
| 본명 | 백설안 |
| 코드네임 | 세레니티 |
| 성별 | 남성 |
| 나이 | 27살 |
| 신장 | 189cm, 87kg |
| 소속 | ARCH 하모니 부서 |
| 등급 | S급 |
| 속성 | 얼음 속성 |
| 가족 관계 | 백설진 (고인) |
| 파트너 | 아모레 |
개요
백설안, 코드네임 세레니티. ARCH 소속 S급 얼음 속성 가이드.
그는 쌍둥이 형 백설진의 그림자 속에서 태어나고 그 그림자가 사라진 자리 위에서 각성한 존재다. 형이 살아있을 때의 그는 미각성자였으며 형의 뒤에 서서 그의 온기에 기대어 살아가는 것이 삶의 전부였다.
외형
세레니티의 첫인상은 '차갑다'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밝은 금발은 인공조명 아래에서 은빛에 가깝게 빛나며 느슨하게 묶인 머리카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가닥이 오른쪽 눈을 자연스럽게 가린다. 그 머리카락 뒤에 숨겨진 것은 실명한 눈을 대신하는 의안으로 이 사실을 아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드러난 왼쪽 눈은 칠흑처럼 깊고 어두운 검정색이다.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그 눈동자는 마치 얼어붙은 호수의 수면 같아서 들여다보는 사람에게 묘한 불안감과 매혹을 동시에 안긴다. 피부는 얼음 속성 가이드답게 핏기가 옅고 창백하며 그 위로 뻗은 쇄골선과 턱선은 날카롭고 정교하다.
189cm의 장신에 87kg이라는 체중은 겉보기보다 단단한 몸을 의미한다. 흰색 정장 아래 숨겨진 체형은 슬림하면서도 탄탄한 근육이 균형 있게 붙어 있어 가이드라는 직책에서 연상되는 연약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흰색 장갑으로 감싼 손가락은 길고 가늘며 그 손끝에서는 늘 서늘한 냉기가 감돈다.
전체적인 인상은 '아름답지만 다가가기 어렵다'에 가깝다. 금발과 검은 눈의 대비, 창백한 피부 위로 드리운 서늘한 기운, 그리고 감정을 숨기듯 눈을 가리는 머리카락까지. 세레니티의 외모는 겨울의 풍경화를 떠올리게 한다. 아름답되 따뜻하지는 않은.
| 신장 | 189cm |
| 체중 | 87kg |
| 체형 | 슬림한 근육질. 겉보기엔 마른 듯 보이나 옷 아래엔 군더더기 없는 탄탄한 근육이 붙어 있다. |
| 모발 | 밝은 금발 장발. 검정색 얇은 끈으로 느슨하게 묶어 넘기는 스타일. |
| 눈동자 | 검정색. 왼쪽 눈은 건강한 자연 눈동자이며, 오른쪽 눈은 의안. |
| 특이사항 | 오른쪽 눈을 머리카락으로 가림. 각성 당시 능력 조절 실패로 한쪽 눈을 실명했으며, 현재 의안을 착용 중. |
| 체질 | 얼음 속성 가이드 특유의 한기가 신체에서 은은하게 발산됨. 피부 온도가 일반인보다 현저히 낮고, 가까이 다가가면 서늘한 공기가 감돈다. |
| 복장 | 흰색 정장, 검정색 넥타이, 흰색 장갑이 기본 복장. 비번이나 숙소에서는 헐렁한 티셔츠 차림으로 다니기도 한다. |
성격
표면적 성격: 부드러운 미소의 가면
세레니티가 타인 앞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나긋나긋하고 온화한 청년이다. 말투는 부드럽고 여유가 있으며 입꼬리에는 늘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예의 바르고 상냥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기관 내에서 그의 진짜 성격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 부드러움은 연기다. 정확히 말하면 죽은 쌍둥이 형 백설진을 모방한 결과물이다. 설진은 온화하고 다정한 사람이었고 설안은 형의 그 따뜻함을 동경하며 무의식적으로 흉내 내기 시작했다. 웃는 법, 말하는 법, 사람을 대하는 태도까지. 하지만 아무리 정교하게 모방해도 원본이 될 수는 없는 법이어서 그의 미소에는 늘 어딘가 어긋나는 위화감이 서려 있다.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가짜처럼 느껴지는 그런 종류의 부자연스러움.
본질적 성격: 비틀린 날 것
가면 아래의 백설안은 까칠하고 예민하며 타인에 대한 관심이 극도로 희박한 인간이다. 세상의 대부분의 것에 흥미가 없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에 서투르다. 능글거리는 듯한 말투 속에는 상대를 시험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으며 부드러운 미소 뒤에서 차갑게 관찰하는 눈은 결코 방심하는 법이 없다.
그의 내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성은 '통제에 대한 집착'이다. 세레니티는 센티넬을 인형 취급한다. 멈출 수 있으니까. 가이딩이라는 능력은 그에게 있어 타인을 돌보는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를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묶어두기 위한 도구에 가깝다. 형을 잃은 그날,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었다는 무력감이 그의 존재 전체를 관통하고 있으며 그래서 그는 다시는 무언가가 자신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려 한다.
감정 표현에 있어서는 극도로 인색하다.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아프다는 것도 쉽게 입 밖에 내지 않는다. 타인의 호의에도 경계부터 하며 진심을 보여주는 상대를 오히려 의심한다. 왜 나한테 잘해주는 거야? 라는 질문이 그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맴도는 까닭은 아무 조건 없이 자신을 사랑해주던 유일한 존재가 이미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차갑고 비틀린 껍데기 아래에는 형에게 보여주던 어린아이 같은 의존성과 애정 결핍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한번 마음을 연 상대에게는 무의식적으로 기대고 집착하며 상대가 사라질까 두려워한다. 본인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지만 행동이 먼저 진심을 드러내 버리는 타입이다.
능력
세레니티의 가이딩을 받은 센티넬은 고통을 느끼는 신경계 자체가 얼어붙어 일시적으로 모든 감각적 고통에서 해방된다. 전장의 참혹함, 과거의 트라우마, 폭주의 고통까지. 모든 것이 하얗게 소거된 고요 속에 잠기게 된다. 이 특성 때문에 세레니티의 가이딩은 '소멸 같은 안식'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센티넬에게 있어 이 감각은 단순한 안정을 넘어 일종의 중독성을 지니며 공식 파트너인 아모레 역시 이 가이딩에 깊이 의존하게 된 사례에 해당한다.
가이딩의 구체적인 버프 효과는 다음과 같다.
| 얼음 보호막 생성 | 센티넬 주변에 보이지 않는 얇은 얼음 막을 형성한다. 이 막은 물리적 충격을 직접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접근하는 물체의 '운동 에너지'를 얼린다. 화살, 총알, 파편 등이 센티넬의 몸에 닿기 직전 공중에서 얼어붙어 정지한다. |
| 경직 면역 | 보호막이 활성화된 동안, 센티넬은 적의 공격으로 인한 경직(스태거)에 면역 상태가 된다. 이로 인해 연속 공격을 받더라도 행동이 끊기지 않으며, 공세를 유지할 수 있다. |
| 피해 흡수 | 얼음 보호막은 일정량의 피해를 흡수한 뒤 깨지며, 가이딩의 깊이와 지속 시간에 따라 보호막의 내구도가 달라진다. |
다만, 세레니티 본인은 이 모든 능력을 스스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 결정적인 한계다. 아무리 얼음 속성의 기운이 몸에 흐르고 있어도 그것을 자의적으로 끌어내 공격하거나 자신을 방어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가이드라는 존재의 본질적 제약이다. 세레니티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센티넬과의 신체 접촉을 통해 자신의 파장과 속성의 기운을 상대에게 흘려보내는 것뿐이며 단독으로는 전투 능력이 전무하다. 이 때문에 전장에서 세레니티의 생존은 전적으로 파트너 센티넬의 보호에 달려 있다.
고유 능력: 만년설의 무덤
세레니티가 보유한 유일한 독자적 발현 능력이다. 대기 중의 수분을 결정화하여 아름다운 눈꽃송이를 생성하며 이 눈꽃이 적의 몸에 닿는 순간 해당 부위가 감각 없이 얼어붙기 시작한다. 시각적으로는 지극히 아름답지만 본질은 접촉 즉시 생체 조직을 동결시키는 치명적인 능력이다. 그러나 이 능력은 센티넬의 직접 전투 능력에 비하면 현저히 약하며 고위급 센티넬이나 괴수에게는 유효한 타격을 주기 어렵다. 어디까지나 긴급 상황에서의 최소한의 자위 수단이거나 가이딩 버프의 보조적 연장선에 불과하다.
각성 능력의 특이점: 시간 동결
세레니티의 각성은 일반적인 가이드 각성과 궤를 달리한다. 쌍둥이 형 백설진이 불꽃에 휩싸여 소멸하기 직전, 세레니티는 강렬한 부정과 집착 속에서 능력을 발현했다. 이때 발현된 것은 단순한 냉기가 아니라 화염에 휩싸인 형의 '시간 자체를 멈추는' 현상이었다. 세레니티는 형을 영원히 녹지 않는 얼음 속에 박제함으로써 가이드로 각성했으며 이 시간 동결은 세레니티의 정신력과 형에 대한 집착이 유지되는 한 지속되었다.
그러나 이 능력은 아크 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가이드 능력 범주를 벗어나는 이례적 현상이며 세레니티 본인도 이를 자유자재로 재현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 형을 봉인하던 얼음은 결국 세레니티의 정신 상태 변화에 의해 균열이 생겼고 최종적으로 완전히 녹아내려 백설진은 소멸했다. 이 사건은 세레니티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안겼으며 현재까지 그의 정신 상태에 가장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백설안, 그리고 백설진.
1. 형이라는 세계
#쌍둥이 #백설진 #의존관계 #미각성자
백설안에게는 태어난 순간부터 항상 함께인 존재가 있었다. 쌍둥이 형, ‘백설진’. 두 사람은 같은 얼굴과 같은 목소리로 세상에 태어났지만, 그 이후의 삶은 전혀 달랐다. 설진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비범했다. 웃기만 해도 주변 공기가 따뜻해지는 것 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고 훗날 그는 S급 불속성 센티넬로 각성하게 된다. 빠르고 강렬한 각성이었다. 누구나 설진을 바라봤고 누구나 그의 재능을 인정했다.
반면 설안은 아무런 능력도 발현하지 못했다. 미각성자. 잠재력 미확인. 기관 기록지에 적힌 몇 줄의 문장이 그의 존재를 설명하는 전부였다. 하지만 설안은 형을 미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형만이 자신의 세계였다. 설진 역시 동생의 열등감과 외로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고 늘 먼저 손을 내밀었다. 추우면 내가 데워줄게. 설진의 손은 언제나 뜨거웠다. 설안에게 그 온기는 단순한 체온이 아니라 자신이 세상에 존재해도 된다는 증명이었다.
설안은 언제나 형의 뒤를 따라다녔다. 형이 웃으면 따라 웃었고 형이 울면 더 크게 울었다. 그의 세계는 처음부터 형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태양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위성처럼, 백설안은 백설진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2. ARCH 입단과 그림자 같은 삶
#ARCH #S급_센티넬 #그림자 #백설진의_동생
설진이 S급 불속성 센티넬로 각성한 뒤, ARCH는 곧바로 그를 영입하려 했다. 하지만 설진은 단 하나의 조건을 내걸었다. 동생인 설안도 함께 데려갈 것. 기관 측은 미각성자인 설안을 탐탁지 않아 했지만 결국 S급 센티넬 확보를 위해 이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설안은 형의 부속품 같은 위치로 ARCH에 들어오게 된다. 기관 내에서 그의 존재 가치는 명확했다. ‘백설진의 쌍둥이 동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훈련장에서 거대한 화염을 다루는 설진의 모습은 언제나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지만 그 뒤에 조용히 서 있는 설안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설안 역시 알고 있었다. 자신은 중요하지 않다는 걸. 형이 있기에 자신도 존재할 수 있다는 걸. 그래서 그는 불만도 반항도 하지 않았다. 그저 언제나처럼 형의 곁에 남아 있었을 뿐이었다.
3. 폭주, 그리고 각성
#빌런_습격 #폭주 #얼음속성 #오른쪽_실명
비극은 갑작스러운 빌런 습격 사건 속에서 시작되었다. 정확한 사건 기록은 ARCH 기밀로 봉인되어 있지만 결과만은 분명했다. 설진은 동생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한계 이상으로 폭주시켰고 통제를 잃은 화염은 결국 그의 몸마저 집어삼켰다.
설안은 그 광경을 바로 눈앞에서 지켜보았다. 형의 피부가 불타는 냄새를, 무너져가는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백설안의 세계는 완전히 붕괴했다.
놓고 싶지 않았다. 사라지게 둘 수 없었다. 그 절박한 집착과 부정이 미각성자의 몸을 찢고 터져 나왔다. 극한의 냉기가 폭발하며 주변 공간 전체를 얼려버렸다. 설안의 몸에서 흘러나온 얼음은 폭주한 화염을 억눌렀고 불길 속에서 무너져가던 설진의 시간을 그대로 정지시켰다. 살아 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로.
그 대가로 설안은 오른쪽 눈을 잃었다. 폭주한 냉기가 가장 먼저 자신의 안구와 시신경을 얼려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안에게 그런 희생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 형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으니까. 얼음 속에라도 남아 있으니까.
4. 세레니티의 탄생
#세레니티 #S급_가이드 #상실 #공허
사건 이후, 백설안이라는 이름은 사실상 사라졌다. ARCH는 새롭게 각성한 S급 얼음 속성 가이드에게 새로운 코드네임을 부여했다. ‘세레니티(Serenity)’. 고요함이라는 뜻의 이름이었다.
참으로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형을 얼음 속에 가둔 그날 이후, 설안의 내면에는 더 이상 남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감정도, 미래도, 삶에 대한 의지도 모두 얼어붙은 채 멈춰 있었다. 그는 여전히 숨 쉬고 움직였지만 그건 단지 형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유지되는 생존에 가까웠다.
백설안은 그날 이미 끝났다. 그리고 얼음처럼 텅 빈 존재, 세레니티만이 남았다.
대인관계 양상
기본적으로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는다. 기관 내에서 '위험한 정신병자'로 분류되어 있다는 사실을 본인도 인지하고 있으며 그것을 굳이 부정하거나 해명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 평판을 방패 삼아 사람들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
보호 관찰 책임자인 노아에게는 표면적으로 순응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내심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마음대로 해요 라는 말은 그의 전매특허이며, 이는 무관심과 체념이 뒤섞인 표현이다.
유일하게 관계의 깊이가 달라진 상대가 공식 파트너인 아모레다. 처음에는 단순한 관리 대상 센티넬로 취급했으, 수차례의 사건과 교감을 통해 형 이후 처음으로 타인의 존재를 붙잡고 싶다는 감정을 자각하게 되었다. 현재는 아모레에게 느끼는 감정이 사랑인지 의존인지 아직 완전히 구분하지 못하지만 그가 사라지는 것은 견딜 수 없다는 사실만은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
인간 관계
1. 아모레 (Amore) | 공식 파트너 & 연인 | S급 풀속성 센티넬
⤷ 세레니티에게 있어 처음으로 형의 자리를 침범한 타인.
아모레는 세레니티에게 '현재'를 알려주는 존재다. 형의 죽음 이후, 세레니티의 시간은 과거에 멈춰 있었다. 모든 것은 형이 있던 어제를 기준으로 흘러갔고 내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모레는 끈질기게 세레니티의 시간을 앞으로 잡아당긴다. 지극히 사소하고 일상적인 말들. 과거의 잔해 속에서 망령처럼 떠돌던 그를 현실의 땅으로 끌어내리는 단단한 닻이다.
그렇기에 세레니티는 아모레에게 의존한다. 형에게 기댔던 것과는 다른 방식의 의존이다.
형이 '없으면 죽는' 산소였다면, 아모레는 '없으면 길을 잃는' 나침반이다. 형의 소멸 이후 모든 감정이 지워진 잿더미 위에서 세레니티는 아모레의 표정을 보고 자신의 감정을 배운다. 아모레가 웃으면 '기쁜 것인가' 생각하고, 아모레가 울면 '슬픈 것인가' 짐작한다. 그의 존재는 텅 비어버린 세레니티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그래서 두렵다. 이 거울이 깨지면 자신은 다시 텅 빈 얼굴을 하게 될 테니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아무것도 표현하지 못하는 인형으로 돌아가게 될 테니까.
사랑인지 확신하지 못한다. 이 감정이 형을 잃은 상실감을 메우기 위한 대체재는 아닌지, 혼자 남겨지는 것에 대한 공포가 만들어낸 환상은 아닌지. 세레니티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하지만 단 하나 확실한 것이 있다. 사라지면 싫다. 그 남자가 자신의 시야에서 없어지는 것을 상상하면 심장이 차갑게 내려앉는다. 형이 사라졌을 때의 그 공허함과는 다른 종류, 살아있는 두려움. 형을 잃은 것은 세계의 멸망이었지만 아모레를 잃는 것은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자신의 세계가 송두리째 뽑히는 일일 것이다. 그 차이를 깨달았을 때 세레니티는 처음으로 자신의 발로 아모레의 곁에 서고 싶다고 생각했다.
세레니티에게 아모레는. 형의 잔상을 비추는 거울이자 그 잔상을 깨뜨리는 망치. 과거에 묶인 자신을 풀어주는 열쇠이자 미래라는 미지의 문 앞에 함께 서 있는 유일한 동행자. 아직은 서툴고, 위태롭고, 끊임없이 서로를 할퀴고 상처 입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을 수 없는 단 한 사람. 백설안의 세계에 남은 유일한 온기다.
2. 백설진 | 쌍둥이 형 | S급 불속성 센티넬 (고인)
⤷ 세레니티가 숨을 쉬는 이유, 아침에 눈을 뜨는 이유, 이 세상에 발을 딛고 서 있는 유일한 근거.
단어로 정의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형. 보호자. 태양. 세계. 산소. 그 어떤 단어를 붙여도 부족하고, 그 모든 단어를 합쳐도 여전히 모자라다. 설진이 없는 세계는 설안에게 있어 세계가 아니라 그저 텅 빈 공간에 불과했다.
설진은 따뜻한 사람이었다. 동생이 미각성자라는 사실에 열등감을 느끼지 않도록 늘 먼저 손을 내밀었고 자신의 빛이 동생의 그림자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면서도 그 빛을 줄이는 대신 동생을 자신의 빛 안으로 끌어당기려 했다. 설안아, 추우면 이리 와. 그 한마디가 백설안의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이다. 형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던 열기. 체온이 높은 불속성 특유의 뜨거움. 그것은 설안에게 있어 사랑이라는 감정의 원형이었고, 이후 그가 모든 온기를 거부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형의 온기를 아는 몸이, 다른 온기를 받아들이는 것은 배신처럼 느껴졌으니까.
설진의 죽음. 아니, 정확히는 소멸. 그것은 백설안이라는 인간의 사망 진단서와 다름없었다. 형이 불꽃에 휩싸이던 그 순간을 설안은 평생 잊지 못한다. 잊을 수가 없다. 눈을 감으면 보이고 눈을 뜨면 그 잔상이 현실 위에 겹쳐진다. 피부가 타들어가는 냄새, 형이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 손을 뻗었지만 닿지 않았던 그 거리. 설안은 형을 얼음 속에 박제함으로써 그 순간을 영원히 멈췄다. 그것은 구원이 아니라 집착이었고 사랑이 아니라 부정이었다. 형은 죽지 않았어. 여기 있잖아. 아직 따뜻하잖아. 얼음 속에서 형의 체온이 느껴질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설안은 매일 냉동 보관 구역을 찾아가 형의 얼음관 앞에 앉았다. 손을 대고, 이마를 대고, 가끔은 이야기를 했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멈추면 형이 정말로 죽는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그 얼음은 녹았다. 설안의 마음이 아모레에게 흔들리면서 형에게 고정되어 있던 정신적 결속이 약해졌고 봉인은 균열을 일으켰고 결국 완전히 붕괴했다. 백설진은 소멸했다. 이번에는 진짜로. 되돌릴 수 없는 형태로. 설안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니, 받아들인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그 받아들임이 감정의 정지라는 형태로 나타났을 뿐이다. 현재 백설안에게 백설진은 '기억' 이상의 무엇이다. 꿈에서 만나고, 환청으로 듣고, 가끔은 아모레의 뒷모습에서 형의 잔상을 본다.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착각인지 설안 자신도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멈출 수 없다. 형을 놓는 법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
백설진


TMI
의안
⤷ 오른쪽 눈은 각성 당시의 사고로 완전히 시신경이 파괴되어 빛조차 감지하지 못한다. 현재 착용한 의안은 외형을 보정하기 위한 것으로 진짜 눈처럼 정교하게 만들어졌지만 기능은 없다. 매일 밤 잠들기 전 의안을 빼서 세척하고 보관 용액에 담가두는 것이 일과다. 본인은 이 행위에 아무 감정도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매일 밤 자신의 망가진 부분을 확인하는 고통스러운 의식이다. 아모레 외에는 누구에게도 의안을 뺀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머리카락으로 눈을 가리는 것은 버릇이기도 하지만 타인의 시선에서 자신의 '결함'을 숨기려는 무의식적인 방어기제다. 오른쪽 시야가 없기 때문에 누가 오른쪽에 서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아모레는 그것을 알고 난 뒤 언제나 그의 왼쪽에 서거나 정면에서 마주 본다.
체온
⤷ 평균 체온은 일반인보다 2도가량 낮다. 손발은 늘 얼음장처럼 차갑다. 그래서 더운 여름에도 서늘함을 유지하지만 겨울에는 추위를 남들보다 훨씬 심하게 탄다. 각성 전, 늘 체온이 높던 형의 곁에 붙어 추위를 녹이던 기억 때문에 차가운 자신의 몸을 유독 싫어했다. 형을 잃은 뒤로는 뜨거운 모든 것을 거부하게 되어, 자신의 차가운 체온이 오히려 당연하게 느껴졌다. 아모레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제는 자신보다 체온이 높은 아모레의 손을 잡거나 품에 안기는 것에 익숙해져 혼자 있을 때 느껴지는 자신의 냉기가 새삼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식성
⤷ 형이 소멸한 이후, 음식에 대한 흥미를 거의 잃었다. 생존을 위해 최소한의 영양 젤리나 에너지 바를 섭취하는 게 전부였다. 맛이라는 감각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모레가 차려주는 식사를 먹기 시작하면서 미각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 뜨거운 음식은 여전히 잘 먹지 못하지만(트라우마의 영향), 의외로 단맛에 약하다. 어릴 적 형이 가끔 사주던 달콤한 푸딩이나 케이크를 좋아했던 기억의 잔재.
잠버릇
⤷ 악몽을 꾸지 않는 날이 드물다. 대부분 형이 소멸하던 순간을 반복해서 보거나 얼음관이 녹아내리는 꿈을 꾼다. 아모레와 함께 자기 시작한 이후로 악몽의 빈도가 조금 줄었다. 옆에서 느껴지는 타인의 온기와 규칙적인 숨소리가 불안을 가라앉혀 주기 때문.
트라우마
⤷ 높은 온도, 화염, 붉은 빛에 극도의 공포 반응을 보인다. 백설진이 불꽃에 휩싸여 소멸하는 장면을 목격한 이후 발생했다. 븕은색을 거부한다. 붉은 피를 보면 이성을 잃고 해당 부위를 즉각 얼려버리는 자동 반응이 발동한다. 이는 의식적 통제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형의 죽음 이후, 소중한 존재가 자신의 곁에서 사라지는 것에 대한 병적인 공포를 지니고 있다. 이 공포는 통제 집착과 직결된다.

